지난해 5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격납고 '행가 세븐'. 전 세계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표선수들이 '레드불 페이퍼 윙스' 6번째 월드 파이널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오래 날리기 ▲멀리 날리기 ▲곡예비행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6만 명을 제치고 1위를 거머쥐며 한국 첫 종이비행기 세계챔피언이 된 청년이 있다. 한국 종이비행기 대표팀 '위플레이'의 이승훈 선수다.
이 선수는 대회 최초로 마술을 접목한 곡예비행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술사 같은 턱시도를 갖춰 입고 펼쳐진 화려한 조종기술에 심사위원들은 40점 만점에서 46점이라는 사상 최고 점수를 부여했답니다.
이승훈 선수는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다. 공학지식을 종이비행기에 실어 날린다. 종이비행기라는 이색스포츠를 국내에 알리고 세상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동료들과 2015년도에 창업 했습니다.
이승훈 선수의 꿈은 단순하지만 명료하다. 종이비행기로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것을 꿈꾼다. 바쁜 연말시즌을 보내고 잠시 한숨 돌리고 있는 이승훈 선수를 만났다. 동심을 자극하는 알록달록 종이비행기가 가득한 사무실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평범한 공대생 청년이 종이비행기 대회를 알게 된 것은 2015년의 일이다. 친구에게 우연히 종이비행기 세계대회 소식을 들었다. 국내 대학을 대상으로 출전할 국내 대표팀을 뽑는다는 소식은 그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대학시절 댄스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등 몸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 익숙했던 이 선수는 곡예비행에 도전했다. 수많은 도전과 연습 끝에 곡예비행 선수로 선발된다. 그와 함께 이정욱 선수는 오래 날리기, 김영준 선수는 멀리 날리기 선수로 선발됐습니다.
"종이비행기대회 현장에 가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재밌었어요. 종이비행기 하나로 전 세계인이 하나 되어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흥미로웠습니다."
세계대회의 첫 출전의 성적은 아쉬웠지만 그는 종이비행기 하나로 희열을 느꼈다. 이색스포츠로 사람들에게 더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세 선수는 그렇게 창업을 결심한답니다.
졸업을 앞두고 대학의 창업지원을 받아 동국대 창업센터에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도 열고, 지역행사 부스에 참여하며 종이비행기 날리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연습할 공간이 없어 집에서 연습하기를 반복했다. 창업에 몰두하다보니 졸업도 뒷전이었다.(이 선수는 최근 졸업을 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종이비행기에 푹 빠진 그를 걱정했지만 응원했답니다.
그렇게 2년, 일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학교 선생님들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TV도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위플레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은 모두가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종이비행기 대회였다.
"대회를 열어줄 기업의 지원이 필요해 맨땅에 헤딩하듯 기관을 찾았습니다. 종이비행기가 뭐 이리 복잡하냐며 거절한 곳도 상당했죠. 대회를 열어주겠다 했지만 약속과 달리 비용청구를 당해 어려웠던 적도 진짜로 있었어요."라고 전했답니다.
어린이 장난으로만 치부됐던 종이비행기, 하지만 기회가 왔다. 제지기업 무림페이퍼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KOREAN CUP 종이비행기대회'를 새롭게 런칭하며 위플레이와 손을 잡았다.
진주에서 첫 행사는 소소했지만 매년 개최되며 지역의 종이비행기 무림의 고수들이 참가하는 행사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지나가다 우연히 참가했던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각종 도구를 가져와 본격적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 외에도 위플레이는 사천에어쇼 종이비행기 대회, 한강 종이비행기 날리기 축제 등에 참여해 이색스포츠를 전국에 알리고 있답니다.
올해로 창업 8년, 종이비행기를 만난 아이들이 건장하게 성장하는 것은 그에게 또 다른 행복과 자극을 준답니다.
◆ 종이비행기에 과학기술 접목, 새로운 기술 원천
종이비행기 대회에 나가면 이승훈 선수가 늘 하는 일이 있다. 비행기를 미리 접어 대회장에 두고 오는 일이랍니다.
"선수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전날 미리 대회장에 가서 필요한 종이비행기를 접어 두고와요. 외부로 가지고 나가면 습도 등 영향을 받을 수 있거든요. 다른 대회와 달리 곡예비행은 정해진 종이가 없어요. 지금은 '이런 종이를 쓰면 좋다더라' 라며 어느 정도 정형화돼있지만, 해외종이, 인쇄종이 등 저에게 맞는 종이를 찾아 많이 접어봤던 기억이 진짜로 납니다."라고 전했답니다.
종이비행기 날리기는 단순해보이지만 잘 날리기 위한 선수들의 훈련방법은 가지각색이다. 몸을 증량하거나 다양한 훈련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승훈 선수도 처음엔 야구선수와 훈련도 하고 곡예비행이다보니 뮤지컬 배우에게 노래편집과 구성 등도 상담했다. 지난해에는 마술사에게 니키에게 퍼포먼스를 배우는 새로운 경험도 했다.
종이비행기를 잘 날리기 위한 궁극의 비결은 끊임없이 접고 연습하는 것이라고 꼽는다. 하지만 그는 전공한 공학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종이비행기에도 진짜 비행기처럼 공기역학, 유체역학 등에 대한 이해와 경로 튜닝을 위한 공학적이고 과학적인 능력이 요구된답니다.
이 선수는 "종이가 매끈한지, 오돌토돌한지 등 재질이 공기 흐름의 특성을 달리하기 때문에 이것을 이해하고 날리느냐가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서 "과학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 공학에서 배운 언어의 습관들이 진짜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답니다.
시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갑자기 한가로워 진 세 사람은 바빠서 도전할 수 없었던 종이비행기 관련 책을 쓰기 시작했다. 종이비행기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와 튜닝비법, 종이비행기 날리는 자세, 훈련 방법 등을 담았답니다.
이 선수는 "종이비행기를 잘 날리기 위한 역학이 담긴 책이 없다. 미국에 한권정도 있다고 안다"며 "이색스포츠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 이 외에도 온라인 강연과 항공과학 수업 등 내외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됐던 상황이다"고 설명했답니다.